2014/05/19 01:41

세월호 무감각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가던 해 기차가 탈선해서 수백명이 죽고 다쳤다. 같은 해에 배가 침몰해서 수백이 죽었는데 그 중엔 우리 가족의 가장 친한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어린시절 나의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가족들과 그 사건 이후로 소원해졌다. 그 기억때문인지 이번 세월호사건이 발생했던 첫날부터 나는 이 사건에 대해 거리를 뒀던 것 같다. 

2-3학년을 거치면서 백화점이 무너졌고, 다리가 무너졌으며 곳곳에서 가스가 터졌다. 그 사건들은 내가 살고 있던곳에서 멀지 않은곳에서 벌어졌거나 모두가 비슷비슷한 경로, 그러니가 9시뉴스나 조간신문 등을 통해서 비슷한 정도로 슬픔과 충격을 공유햇던 것 같다.

5학년땐 대한항공 비행기가 추락했다. 그리고 매일 집으로 배달돼오던 신문의 헤드라인에 미친듯이 치솟는 환율이 찍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지도 잘 모르던 IMF라는게 시작됐다. 그때는 나라가 망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기차가 탈선하고 배가 침몰하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고 가스가 터지고 비행기가 떨어지고,,,,생각해보면 일어날 수 있는 대부분의 사고들을 초등학교 시절 다 겪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난 지독한 염세주의자였고, 사진찍기도 싫어해서 남아 있는 사진도 별로 없다. 

최근 몇년간은 조금 다른 절망속에서 살았다. 직접적으로 육박해오는 사건들보다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구조에 압도당하며 살았던 것 같다. 노무현의 죽음 이후 나는 (남들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살았고, 내가 혼자서 천착한 질문은 운동이라는 것에, 혹은 사회변화라는 것에 희망을 잃었을 때에도 내가 삶에 있어 어떤 열정이나 윤리적 태도를 포기하지 않을수 있을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활동하며, 여행하며, 책을 보며 익히고 접했던 소위 '대중'이라든가 '신자유주의' 혹은 '지구 온난화', '빈부격차' , '민족주의'등은 내게는 거스를 수 없는 어떤 흐름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나는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하는 거대한 질문보다 '그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살아갈 것인가'하는 소시민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됐다. 그래서 사회변화를 위해서 열정을 쏟는 이들을 보면 신기했고, 자신만을 위해 남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절망했던 것 같다. 지난 1년정도, 나는 이러한 딜레마적인 상황에서 흘러가는 시간과 낡아가는 몸뚱아리를 붙잡고 우울의 바닥을 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어진 병역거부, 그로 인한 어떤 유예기간은 차라리 당장 뭘 해야 할지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편안함을 내게 가져다줬고, 그래서 최근 몇주간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어떤 결정적인 사건으로 여기거나 느끼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 2008년 촛불집회때, 노무현의 죽음때, 그리고 용산참사때 내가 느꼈던 어떤 꿈틀대는 마음을 느끼지 않아서 스스로가 신기하기도 하다. 나는 무엇때문에 이렇게 변했을까 스스로 물어보지만 답을 내리긴 어렵다. 다만, 나는 어릴때부터 이러한 재난들을 통해 감각을 형성했던 것이 아닐까, 혹은 이미 몇년간 출구없는 절망속을 헤엄쳐 왔기에 새삼 더 절망할 것이 없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분노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떤 희망을 보기 때문일것인가? 아니면 지독한 절망을 표현하는 것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사실, 세월호 사건 이전에도 우리는 파국을 얘기하고 있었고 세상의 망함을 논하고 있었다. 자식같은건 낳지 않으리라 얘기하고 있지 않았던가. 자식 뿐 아니라 결혼, 연애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내 집도, 내 자가용도, 안정된 노후같은것도 기대하지 않고, 어찌하면 그저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지못해 살아가지 않을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300명은 분명 큰 숫자지만 나는 세월호 사건이 터지니까 갑자기 숱하게 '미안해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묘한 새삼스러움을 느낀다. (반말이라 기분나쁜건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이 외치는 '미안하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덧글

  • . 2018/05/08 06:22 # 삭제 답글

    저도 별 느낌이 없더라고요. 어디가서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자기 자신의 삶이 너무나 힘들고 차라리 죽었으면(혹은 누가 죽여줬으면) 생각을 너무 자주하다보면 무감각해지는 거 같기도 하고요. 많이 사람들이 저렇게 분노하는 건 그들 삶에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죠. 아님 그저 대중심리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심리에도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쓰다보니 무진기행에 나오는 옛날말투 같아 졌네요.

    제목을 "세월호에서 느끼는 게 (거의) 없다면 그는 싸이코패스인가. 적어도 그런 말 쉽게 하는 너보단 아닐 거 같은데 세상은 그렇게 생각 안하겠지" 이렇게 길게 썼다 지웠네요.ㅎ 글자수가 많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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