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9 23:55

[네팔여행]페와호보다 베그나스딸. 4/27-5 - 우리가 아직 몰랐던 네팔

포카라에서 한시간 거리에 베그나스 딸이라는 호수가 있다, 딸은 네팔말로 호수. 
설산의 풍경에 산책길도 많고 호수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포카라도 좋지만 이제 네번째 포카라를 찾은만큼 비싼 물가와 관광지 특유의 번잡함에 질린 나는 베그나스 딸에 한번 가보기로 생각했다. 한번도 안가본데고 관광책자에도 그냥 한적한 곳이라 나와 있기에 어떨지 몰라 일단은 하루 이틀정도를 생각하고 찾아갔다. 지난 4월 27일이었다.


사진속에 보이는 곳이 베그나스 딸이다. 안나푸르나가 호수에 비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사진은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촬영한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늘이 너무 맑아 포카라에 하루 더 있을까 미적대다가 숙소를 나선게 10시쯤이다. 숙소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타고 프리스비 쪽에 내려서 사람들에게 베그나스 딸 가는 버스를 물어봣다. 카트만두에 가는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있다고 했다. 10분쯤 걸었나. 조금 다른 색깔의 버스가 선다. 베그나스 딸가는 버스가 서 있었고 거기 탔다. 버스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호수 가는 길 왼쪽으로 내내 거대한 산들이 바라보였다. 이날은 마침 토요일, 네팔의 휴일이다. 날씨좋은 휴일의 낮에 여유롭게 소풍가는 기분이었다.

버스비는 한 30-40쯤 한다. 40분쯤 가면 딸쪽이라는 교차로가 나온다. 카트만두나 인도쪽에서 오는 버스들이 포카라로 가는 길이다. 포카라에 안가려면 여기서 내려도 된다. 거기서 산쪽으로 꺾어서 10분쯤 들어가면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시장도 있다. 거기 표지판이 있다. 베그나스 딸 600미터. 




베그나스에 처음 접어들었을 때 본 풍경이다. 배가 한가로이 물을 떠다니고 있었고 한낮의 구름이 설산을 거의 다 덮었지만 안나푸르나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 온 곳이기에 어디가 좋을까 고민이 됐지만 짐이 너무 무겁기도 했고 위치도 적당할 것 같아 사진속에 보이는 언덕으로 향했다 걸어서 10분이면 간다. 

숙소가 서너개 있는데 두세군데 가보고 결정했다. 안나푸르나 레이크뷰 게스트하우스. 방의 위치가 동남쪽으로 좋았고 방안에서 호수가 다 보였다. 가족들도 친절해보였다. 무엇보다 값이 저렴했다. 와이파이가 되는데 흥정끝에 하루에 150에 잡았다. 훌륭한 가격이다. 숙소에 잠시 앉아서 짐을 풀고 제일 먼저 향을 피우고 커피를 내렸다. 땀이 죽 흘러내렸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너무 기분이 느긋해졌다. 생각보다 오래 있겠다는 생각을 이 때 처음 했다. 옆방엔 말레이시아 여성과 뉴질랜드 남성 커플이 있었다. 2달간 여기 있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이 두달간 같은 방에 있었다면 거긴 꽤 묵을만한 곳이라는 것이다.


의자를 하나 받아와서 방앞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앞으로 호수가 펼쳐진다. 짐을 풀고 빨래를 하고 이것저것 읽을거리들을 읽고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잠시 호수 아래쪽에 내려가서 산책도 했다. 호숫가로 난 오솔길이 걷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




마을 어부들의 조각배도 있다. 돈을 주고 빌릴수도 있다는데 나는 빌릴 생각은 없었다.



내가 묵었던 숙소의 아닐. 대학생인데 방학이라 집에 있다. 성격도 좋고 착하고 타투와 힙합을 너무 좋아한다. 드랙을 한 머리에서 그런 삘이 확 난다.ㅋ 성격좋게 방값을 깎아준것도 아닐.

숙소에 딸린 식당은 전망이 더 좋다. 밥값은 아주 비싸지도 싼편도 아니다. 간단한 음식을 시켜먹었는데 괜찮았다. 그렇게 하루종일 있다가 저녁으로는 생선달밧을 시켜먹었다. 240으로 싼가격은 아니지만 맛이 훌륭했다. 여행을 어느정도 하면서 이제 달맛 맛을 가리게 됐는데 달밧은 훌륭한 편으로 기억한다. 어두운 호수를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유일한 문제는 엄청난 벌레들이었는데 도마뱀이 나타나 모기를 엄청난 속도로 잡아먹었다. 아무튼 잘 잤는데 생각보다 모기는 적게 물렸다.


둘째날은 수영을 해봤다. 태어나서 한번도 호수에서 수영을 해본적은 없었다. 수영을 배운적도 없기에 물장구는 쳐도 수영이라 할만한걸 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물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너무 여유로워보여서, 그리고 날씨도 찌고, 물에 들어가서 있기만해도 시원하고 좋을 것 같아서 동네사람들이 좀 있는, 물이 서서히 깊어지는 것 처럼 보이는 쪽으로 들어가봤다.



호숫물속에 들어간 순간의 느낌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시선 자체가 수면에 맞춰지고 넓은 호수의 수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물 위에 떠 있는 소금쟁이들의 발길질로 인한 파문이 느껴지고 둥둥 떠있는 꽃들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조금 뒤 정오가 되자 마을의 어부들이 동시에 조각배를 타고 그물을 치는 모습도 새롭게 느껴졌다. 강이나 바다와 함께 물의 움직임은 고요했고 나의 몸은 아늑했다. 아, 이게 호수 수영이구나. 그냥 몸만 담궈야지 했던 애초의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호수를 자유롭게 떠다니며 수영이 하고싶어졌고 수영실력이 없는게 안타까워 졌다. 

. 한시간 정도 첨벙대고 얕은곳에서 개헤엄도 치고, 누워서도 물에 떠보고 하면서 신나게 여유로움을 만끽 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 있을 수 있을때까지 있겠다고 결심했다.그리고 감상에 젖어 글을 끄적이기도 했다. (수영 하고 쓴 글 : 연, 연줄, 자유)



저녁마다 맛있는 달밧을 먹으며, 시간날 때마다 과일로 배를 채우며, 책을 읽고, 하늘을 보고, 호수를 보고, 산을 보고, 변해가는 구름을 보며 며칠을 보냈다. 시간마다, 날마다, 바람에 따라 호수의 모습은 다양했다. 노을이 지면 붉게 물드는 호수, 아침 햇살에 거울처럼 반짝이는 호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 갑자기 내려치는 천둥번개. 그 변화의 흐름을 여유로이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어느날은 심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잔잔한 호수가 바다처럼 물결치는 모습은 잊을수가 없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찍어보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나갔는데 지붕을 덮는 슬레이트 판이 날아다녀서 무서워서 방 문에 가만히 앉아서 호수를 바라봤다. 나무가 부러지고 빗방울은 천장을 쳤다. 황홀한 모습이었다.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무지개가 여기저기 떠오르고 다시 구름이 피고 호수 저편에선 또 비가 내리는 모습은 모두 기억에 새겨졌다.




폭풍우가 몰아친 다음날은 눈부시게 화창했다. 이날 나는 맨날 바라보기만 했던 호수 반대편으로 산책을 떠났는데 그 산책도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이만하면 떠날때가 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산책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를 해 두었다. (베그나스 딸, 5월의 첫날, 눈부신 날의 소박한 산행.)

산책을 한 다음날 나는 여러번 호수에 나가서 수영을 하고 휴식을 취했다. 한달만 머물러도 저 너른 호수를 자유롭게 가로지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느꼈지만 난 카트만두로 돌아와 할일이 있었다. 베그나스 딸에선 총 6일 있었다. 이 6일동안 나는 많이 그을리고 수영으로 어깨도 뻐근하고 과일을 비롯한 풍족한 식생활과 풍족한 잠, 그리고 뭣보다 어떤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한 덕에 몸도 좋아졌다. 마지막 날, 꼭 다시 올거란 인사를 하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다 숙소를 나섰다. 심지어 딸촉에서 잡아탄 카트만두까지 가는 버스에서도 난 너무 편했다. 모든것이 충족된 그런 휴식이었다. 아마도 네팔에 있는 동안, 아니면 네팔에 다시 오게 되면 나는 여러번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나는 매일같이 1키로의 망고와 1키로의 청포도를 샀다. 노란망고가 네팔 남쪽이나 인도에서 왔는데 달달하게 잘 익은 망고와 그 즙은 참 풍요로운 느낌이었다. 망고 1키로에 120루피(1500원) 청포도 1키로에 120루피. 아침에 일어나 청포도를 먹으며 햇살을 받는 느낌은 참 좋다. 

이곳은 생선을 많이 잡는 곳이다. 생선이 딱히 싸진 않았는데 이곳에 있을 동안만이라도 생선을 많이 먹고 싶은 생각에 여러번 먹었다. 생선 커리, 생선 국, 생선 커리를 곁들인 달밧, 생선 쪼우민, 그리고 생선 구이 등. 사진은 생선 구이 220루피(약 3000원)


폭풍우에 흔들리는 나무들. 사진속 나무는 망고나무이다. 이곳은 고도가 높아 한두달 있다가 망고가 열린다. 망고 말고도 방 앞에는 복숭아나무, 파파야 나무, 블랙베리 나무등이 있다. 블랙베리를 직접 따먹기도 했다.



폭풍우 치는 호수
바다같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파도에 휩쓸려온 진흙이 호숫가에 진하게 보인다.


폭풍이 지나갈 때 호수 곳곳에서 무지개가 피었다 졌다.


노을에 호수가, 하늘이 붉게 물든날.


이것도


자연과 가까운 내 방에는 거미, 모기, 바퀴벌레, 두꺼비, 풍뎅이, 도마뱀 등이 많았다.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곳이 아니라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숙소를 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벌레때문에 기겁하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지내면서 벌레들도 나름 균형을 이루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자연과 가까운 걸 추구하면서 똑 같은 자연인 벌레를 기피하는게 우습기도 하고 그래서 적응해서 잘 지냈다. 



이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햇살에, 호수에, 폭풍우에, 비바람과 천둥번개에, 구름에, 노을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에...난 천상 도시인이지만 시골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내 방. 아주 기본적인 방 두개가 붙어있고 각각 침대가 두개씩 놓여있다. 방은 동남쪽으로 위치해 있어 햇살이 비춰오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깰 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향.


사진에 잘 안보이지만 숙소 앞에 앉아있으면 설산이 바라다 보인다. 







- 베그나스 딸은 포카라의 프리스비쪽에서 로컬버스를 타고 40분정도 가면 도착하는 베그나스 딸 정류장에서 내려 10분정도 걸어가면 된다. 호수 서쪽을 비롯해 입구쪽, 그리고 남쪽의 언덕에도 등산로를 따라 여러개의 숙소가 있다. 

-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버스, 혹은 카트만두나 소나울리에서 무글링을 거쳐 포카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딸촉에서 내리면 위의 로컬버스를 타고 10분만 가면 베그나스 딸 정류장이다.

- 호수 남쪽에서 배를 빌릴 수도 있다.  




덧글

  • Jerome 2016/08/06 03:08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네팔에 다시가게되면 꼭 가보고 싶네요. 저도 포카라에서 두달간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었습니다. 네팔이 주는 말로표현하기힘든 신비스런 느낌을 자주 느끼곤했었죠. 게스트하우스 맞은편에선 끊임없이 옴마니밧메훔이 울려나왔었는데 그또한 잊을수없는 추억으로 남았네요. 항상 네팔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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