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9 13:26

반성 여행 중 단상

어제 숙소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한 한국인 여행자가 말을 걸었다. 여행에 대한 정보를 이것저것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난, 사실 이것저것 하려고 서둘러 숙소에 왔던건데, 일단 물어보는거에는 답을 하자는 생각으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여행을 막 시작했고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에 배낭여행 한본 해보려고 하시는 젊은 남성분이셨다. 50일간의 여행.

흔한 유형이다. 여행자들끼리 정보교류의 대화라면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 거의 무조건 정보를 일방적으로 줘야 하는 것이기에 사실 내 입장에서는 피곤하다. 물론 자기보다 여행을 덜 한사람이나 나이가 적은 사람만 보면 무조건 가르치려 드는 꼰대들은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내 여행조언을 누군가에게 해줘도 그 사람이 원하는 정보가 아닐때도 많고 대부분 그들이 묻는것에 대해서 난 잘 모르기도 하다. 가령, 옷은 어디서 사요? 트레킹은 어떻게 가요? 등등. 

나에게 자신은 종교에 관심이 있고 카스트에 대해 물어봤지만 네팔이라는 나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그에게 네팔에서의 종교와 나라를 어떻게 분리할 수 있을까, 카스트는 이들에게 문화이고 제도이고 종교라고 조금은 더 관심을 가져도 좋지 않겠냐고 말하며 나는 자리를 떴다.

물론 글에서 쓴 것처럼 그렇게 냉랭하고 단정적으로 얘기한 건 아니다. 우리는 한시간 정도를 대화했고 아마 그는 나에게서 여러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또한 내가 한 말이 대충대충 떤진 말이었더라 해도 그가 네팔이든 인도든, 그가 여행하는 사회에 대해 호기심을 조금이라도 갖게 된다면 좋겠다.

하지만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의, 그리고 우리의, 여행방식에 대해서 말하고 여행을 통해 접하는 사회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한다는 나는 과연 실제로 만나는 여행자들에게 얼마나 그런 노력을 하고 있을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어쩌다 만난 친한 사람에게 신나게 말을 하면서 여행방식이 어쩌고 저쩌고 얘기를 하면서 실제 그렇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한게 어떤것일까. 어쩌면 이런건 실제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의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여행하면서 얘기하는것이 더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대단한 책으로, 잘 쓴 글로서가 아니라 관계맺고 만나는 사람들과 긴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관계를 바꿔나가자고 하던게 내가 아닌가.

물론, 어쩌다 만난 여행자와 내가 의미하는 관계맺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 또한 아직은 잘 모르고 아직 스스로에게도 믿음이 없기에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피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여행자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것도 오만에 가깝다. 한달정도 쉴생각으로 여행을 온 사람과는 또 다른 입장이지 않을까.

내가 술을 즐겼으면, 그저 같이 마시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내게 밥을 샀다면 밥한끼의 소중함에 감사하며 좀 더 성의있게 얘기를 했을 수도 있겠다. 내가 울적하고 외로웠다면 내 감정을 드러내고 위안받으려 했을 수도 있겠다. 그 위안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우월감에서 나올 수 있다면.

다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난다 해도 아직은 더 적극적으로 얘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의 태도가 약간은 서글펐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판단하고 내 시간과 이 시간이 가져다주는 어떤 가치를 견주고 있다는 사실이.

그가 여행정보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얘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것도 나의 이기심일까. 듣고자 하는데 돌아서면 말한 것 뿐이 없고, 그래서 그 말하는 것도 귀찮아지는 나에 대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나는 덜 조급해질 수 있을까. 여행을 삶처럼 하는 것에는 조금 노력하고 있지만 삶을 언제쯤 여행처럼 조금은 더 가벼운 것으로, 바로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가. 그래, 내잘못도 아니고 당신잘못도 아니지만 우리 모두 잘못을 조금씩은 보태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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