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2 17:22

불량식품 사대악과 위생

나는 네팔의 중산층 집에 살고 있다.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 300%에 달하는 세금이 붙는 자가용도 있고 자기 땅과 번듯한 집도 있으며 아래 두 층에서는 꼬박꼬박 월세도 나온다. 자식은 둘인데 둘다 외국계기업에 취직해서 한명은 유럽에 있기도 하다. 물론 가정주부인 아내분은 30-40루피 하는 야채값을 아까워 하는 버릇이 남아 있으시지만 남편분은 기분이 내키면 300루피짜리 고기쯤은 우습게 사오시고 밥보다 두세배 비싼 술도 자주 드신다. 

이분들도 먹거리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신다. 좋은 고기를 먹기 위해 비싼 식당에 가시고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약수터에 가서 물을 떠오는 수고(물론 여성이 담당한다)를 감당한다. 음식을 만들때 조미료같은건 많이 쓰시지 않고 기껏 떠온 좋은 물을 끓여서 드시기도 한다. 어느 사회든 상류층은 하류층과 먹거리를 구분지으면서 자신들의 지위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 좋은 마실거리를 마시기 위해서 기껏 사오는 것은 환타나 콜라다. 밥먹은 그릇은 세제를 쓰지 않고 부엌에는 밤이면 바퀴벌레 소리로 버스럭 거려 잠이 깰 정도이다. 양치는 가끔 하시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설탕은 퍼붓다 해서 차를 만들어 드신다. 음식이 많이 타서 검은 것들이 국에 둥둥 떠도 신경쓰지 않고 드신다. 나는 이들이 지저분하다거나 무지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분들도 나름의 위생관념에 대한 완결성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더 합리적인 부분들이 있다. (가령 한국인들은 깨끗한 먹을거리에 그토록 신경을 쓰지만 자기 땅에 원전을 가장 많이 짓는 나라이기도 하고 위생적이기 쉽지 않은 개고기를 여전히 즐기기도 한다. 또 담배나 술을 굉장히 많이 즐기는 분들은 얼마나 많은가? 담배를 피다가도 음식에 머리카락 한개 들어갔다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나로써는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국그릇 하나를 가운데 놓고 각자의 숟가락으로 함께 떠먹고 볶아먹고 면끓여먹고 하는 것도 외국인들이 보면 비위생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인도나 네팔 사람들은 서로의 그릇을 쉐어하지 않는다. 심지어 요리할 때 입도 대지 않는다. ) 

어떤 사회가 위생을, 혹은 안전한 먹거리를 다루는 방식은 결국에 얼마나 안전하냐! 얼마나 깨끗하냐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 이뤄지기 보다는 다루는 양 그 자체에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종의 사치이고 일종의 구별짓기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계라는 사회에서 한국사회가 먹거리에 대해 들이는 노력은 과히 최상류층에 가까운 것 같다. 

아마도 인도와 네팔에 온 한국사람은 미처 상상하지 못한 많은 부분들에서 식겁할 것이다. 펄펄 끓는 차에 설탕을 한 가득 부어서 얇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포장해주는 건 위생에 무감각한 나조차도 도저히 못하는 것이다. 이제는 휴지도 쓰지 않고 전기를 사용해 자동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로 밑을 닦는 한국인들은 손에 물을 묻혀 뒤를 닦는 화장실에서는 배변 욕구도 가실 것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기름, 설탕 그리고 음식에 들어가는 먼지, 음식에 수도 없이 앉는 파리 등등.. 

이러한 것들은 한국의 과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발전과 함께 세계에서 차지하는 권력이 높아지면서(혹은 높아졌다고 믿으면서) 위생수준을 끌어올려 왔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4대악인 불량식품 척결이다. 순수한 먹을거리만 남기고 나쁜 음식은 없애버려야 한다는 이 생각은 종북 척결, 불법 척결, 노조 척결, 버죄자 색출 등과 그 논리구조가 비슷하다. 

문제는 불량식품 척결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어떤 극단적인, 우스울정도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대부분 조롱과 조소로 답한 것은 그 때문이다. 4대 악이라기에 불량식품은 다른 악들에 비해 급수가 낮아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푸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자라면 불량식품 사대악 규정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건강, 안전, 위생 등등은 사회의 권력이 실현되는 중요한 도구들이다. 생명정치의 시대라는 말들이 최근의 푸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많이 들려온다. 생명정치와 통치, 신자유주의 등등을 연결짓는 어떤 사회적 정치적 움직임들에 대한 분석들 말이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불량식품 척결은 결코 가벼운 해프닝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신경쓰는 엄마들이라면, 자신의 건강에 관심이 있는 웰빙족들이라면 불량식품 척결에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어쩌면 사회의 가장 진보적이고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위생, 안전, 청결 등에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불량식품과의 전쟁은 어떤 상징이다. 그런 관점에서 박근혜 정권을 분석하는 글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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