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5 21:22

그 시골 마을 소년의 영어는 유창했다. 네팔 2.22 여행 중 단상


영어 열풍, 네팔에서도 무섭게 불고 있어요



며칠 전 데브나가라는 마을에서 한 소년과 얘기를 했다. 그 소년의 집은 가난한 농촌가정인데 그에겐 소아마비인 형과 여동생이 있었다. 형에게서는 온전한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가로부터의 지원을 바라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경제적으로는 '짐'인 셈이다. 네팔의 현재 문화가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면 여동생은 시집가면 끝이다. 가정의 미래가 될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 소년은 영어로 수업을 하는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 집의 경제상황에서는 부담이 가게 될 것이지만 기사에 있는대로 네팔에서는 영어를 해야지 어느정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선 영어만 사용하며 네팔어를 사용할 경우 1루피씩 벌금을 낸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제시대에 한국어를 금지시키고 일본어를 가르쳤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 답답하고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네팔의 상황은 식민지가 아니고 강제가 아니다. 지금 상황은 식민 지배자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제상황에 의한 자발적인 것이다. '자발적'인 것이 과연 얼마나 자발적일까. 사실, 한국의 상황도 네팔과 큰틀에서 다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판하긴 쉽지 않다. 네팔은 자체적인 산업이 빈약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인도에의 의존도 상당하다. 또한 국가 수입의 25%가 외국에서 일하는 네팔인들로부터 온다. 외국에 나갈 때 각기 나라에 맞는 현지어를 배우는게 물론 편하지만 영어를 하는 사람은 훨씬 더 편하고, 뭣보다 조금은 더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교육을 비판할 수 있을까? 인도에서는 영국에서 독립하는 시기에 영어로 교육을 하는 곳들과 민족주의 영향으로 현지어로 교육을 하는 곳들이 많이 생겼다. 당연히 경제적이든 행정적이든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유리했다. 그렇게 수십년이 지났고 인도에서 영어를 쓴다는건 어느정도 상류층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에  많은 언어와 카스트들이 있지만 영어구사자와 비구사자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는 하나의 계급이라 할 만한 것이다. 인도의 현재가 아마도 네팔의 어느정도 미래일 것이다 


어떤 대안을 말해야 할까. 외국인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네팔로 올 것이다. 영어를 할 줄아는 이들이 그들에게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네팔에서 영어를 안하고도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영어를 하는 사람도 수입이 적어서 외국으로 가는 판이다. 외국으로 가는 이들은 그 제도가 합법화 돼 갈수록 더욱더 고학력자가 되어간다. 


네팔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쉽다. 자본주의 시대에 정답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대로 우리가 사랑한다는 환경파괴로 이어진다. 네팔이 세계인들에게 어떤 대자연의 상징이라면 그 파괴도 어떤 상징일 것이다. 환경만을 내세워서 발전을 반대하는 것도 어느 측면에서 무책임하다. 



그 소년은 자라서 변호사가 될거라 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라고 물어봤던 내가 무색하게도 그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네팔의 자연에 대한 자랑에 대해서, 그리고 발전이 되지 않았고 부패했다는 단점에 대해서 영어로 유창하게 얘기했다. 나는 그에게 단지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라는, 그리고 네팔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어떤 모범 답안 같은 것 밖에 말해주지 못했다. 


헤어진 후에도 내 고민은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 네팔뿐 아니라 인도나 한국,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어깨 위에 드리워진 짐일 것이다. 





덧글

  • 찬별 2013/02/25 22:22 # 답글

    비슷한 건지 모르겠지만... 저도 저개발국 -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를 여행다니다가 문득 내 여행이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뭘까? 를 생각해봤습니다. 결국 새로운 문화를 전달하고 온 것이고... 또 그 나라의 사회구조에 자극을 주고 온 것이고.... 내가 전달한 문화적 자극은, 그 나라의 경제 지표 관점에서는 약인지 모르겠으나 국민의 정성적인 삶의 질 관점에서는 독이 아닌가.... 하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 들깨 2013/02/25 22:32 #

    네, 심지어 무엇이 약이고 무엇이 독인지 알기가 어렵다는게 더욱 우리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결론을 유보하고 계속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게 제가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이유겠지요.

    사실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의 특성상 무언가 결론을 내리긴 ...힘들겠지요. 서로 주고받는 영향들을 더욱 섬세하게 책임감있게 살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민이 담긴 덧글 감사합니다.
  • costzero 2013/02/26 14:55 # 답글

    문법구조가 자국어와 비슷하면 쉽게 배우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 쉬운 일본어 조차도 구사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영어와 일본어 정도는 교육기간이나 학습이점등을 고려하면 3~4개 국어구사와 외국인과 회화는 되어야 정상인데.
    외국인이 Where is toilet? 이런 질문하니까 젊은 여자분이 도망가더군요.(아놔 모르면 주변사람한테 도움 청하던가해야지.도망을...)
    결국 제가 갈쳐줌...

    돈은 결국 목적을 위한 수단이고 돈을 벌 목적으로만 뭔가를 하게 되면 가는 곳은 종착점은 강남 룸살롱일 뿐입니다.
    강남 사교육업자들 보면 기러기 가족에 스트레스 받으니 항상 강남룸에서 푼다고 하더군요.
    단순히 돈만 집착하면 인생 방향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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