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5 20:32

하이테크시대의 평화주의자 - <하이테크 전쟁>서평 정치사회 등에 대한 잡상들

알케이다,"드론 공격을 피하는 22가지 방법?"
위의 포스팅을 보고 이 책이 떠올랐다. 거기서 하이테크 전쟁은 압도적인 비용을 들여서 개발되고 운용되지만 의외로 저비용으로 무력화가 가능하다고 했던게 떠올라서이다. 그 얘기가 현장에서 보인다. 말리 전쟁에도 미군이 드론을 보낼 것 같다(말리 내전 관련 몇가지 소식들) 한국에서도 이런 무인공격기 논의가 좀 됐으면 좋겠다. 이 글은 전쟁없는 소식지에 실린글이다. 제주도에 가 있을때 급하게 퇴고해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올리는 글도 마지막 수정본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책이 워낙 두꺼워서 글을 정리하는데 헷갈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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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W. 싱어 지음, 권영근 옮김 / 지안




하이테크 시대의 평화주의자

- <하이테크 전쟁> 서평


 

로봇이 인간대신 싸운다면 병역을 거부할 필요가 없어질까? 하이테크 전쟁은 아직 여전히 많은 인간을 필요로 하지만 기술진보는 점점 더 전쟁을 탈인간화한, 비인간화한 어떤 추상적인 것으로 만들어간다. 물론 파괴의 구체성과 비극성은 더 치명적으로 변해가지만 말이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돼 몇몇의 병역이 면제되고, 징병제가 폐지돼서 가고 싶은 사람만 군대에 간다면, 즉 더 이상 군대가 강요되지 않는다면 병역거부운동의 목표는 달성되는 것인가? 우리의 목표가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제 어떤 것을 거부함으로써 전쟁에 반대할 수 있을까. 이것이 아마도 강요되지 않는 병역 이후의 우리의 곤란함일 것이다. 이 곤란함은 하이테크전쟁의 시대에 더욱 심화된다.

 

저자는 하이테크 전쟁의 다양한 풍경과 그로 인한 문제, 로봇의 기원과 철학, 하이테크로 인해서 바뀌어가는 세상에 대해서 680쪽에 거쳐서 얘기하고 있지만 심지어 로봇의 권리와 윤리에 대해서는 말을 하면서도 우리의 이 곤란함에 대해서, 즉 전쟁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는 답하지 않는다.

 

하이테크전쟁 시대에 달라지는 전쟁, 달라지는 삶

 

전쟁은 미래가 가장 먼저 현실이 되는 곳이다. 공상과학, 즉 미래를 소재로 다룬 소설이나 영화들 중에 유독 전쟁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전쟁이 그만큼 흥미로운 주제이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주제이기 때문에 그럴것이기도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전쟁에서 선도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수많은 최첨단 과학기술은 전장에서 제일 먼저 그 모습을 드러냈고 로봇 또한 그렇다. 미래의 전쟁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은 곧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는 힌트가 된다. 저자 또한 과학기술로 인해 단지 전쟁뿐이 아닌 미래의 삶 자체가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가령, 원자폭탄은 2차대전을 끝낼 무기로써 개발됐지만 원자력 기술의 발전은 곧 다른 나라에도 확산됐고 냉전구도를 만들어냈다. 원자력은 전기를 만드는데도 쓰이고 있고 원전과 방사능은 우리 삶과 밀접하다. 원자폭탄을 발명한 사람들은 이러한 삶의 변화를 예견했을까.

 

시대가 추구하는 인간상도 달라진다. 어쩌면 그 시대의 모범적인 남성상은 가장 우수한 전사의 요구조건일지도 모른다. 전사의 표준은 우람하고 거친 근육질 전사에서 화려한 기사도로, 또 총과 대포 앞에서 냉철하고 침착한 제복 입은 신사로 변해왔다. 기계처럼 움직이는 부대에서 똑같은 군복을 입고 하나의 부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미래의 전사는, 혹은 남성상은 아마도 컴퓨터 앞에 최대한 오래 앉아있을 수 있고 능숙하게 마우스와 리모컨을 다루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한다. , 이건 오타쿠가 아닌가? 부모들은 이제 더 이상 게임하는 자녀를 혼내서는 안될 것이다. 미래의 우수한 병력자원일테니.

 

우리는 게임기를 통해 전쟁연습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곤 하지만 그런 놀이문화 자체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미래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편을 갈라 막대기를 들고 전쟁놀이를 하고 땅따먹기를 하던 아이들은 BB탄 총을 쏘고 페인트 총을 쏘면서 놀았고, 이제는 컴퓨터나 게임기 앞에서 조종간을 붙잡고 비행기를 조종하고 미사일을 쏜다. 무인로봇을 조정하는 원격 장치들은 실제로 게임과 매우 유사하다.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과 유사한 모양으로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는 미래의 전쟁에 대해서 아직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상태이지만 많은 아이들은 이미 미래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성적 미달이지만 게임을 아주 잘하고 애국심이 투철한 청년들이 군대에 동원되어 아프간 상공을 누비는 무인기를 조정하고 있는 예가 소개되고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용맹과 체력은 필요가 적어진다. 긴박한 전장에서 상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방식도 효율적이지 않다. 머나먼 아프간 상공을 나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은 미국 어딘가의 사무실에 앉아있는 직원이며 상사의 말에 복종하기보다 여러 명이 모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다 합리적인 공격을 할 것이다. 장애인도, 노인도, 여성도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이제는 어렵지 않아진다. 우리는 이제 저멀리 어딘가에 살고 있을 누군가를 쏘고나서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도 있다. 좋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왜 오는 것일까. 하이테크전쟁은 누가 왜 발명하는 것일까.

 

하이테크 전쟁의 발명

 

인류 역사상 거의 모든 체제의 변화는 전쟁을 통해서, 혹은 겪으며 이뤄졌다. 로마의 흥망에 대해서, 근대의 발전에 대해서 정치경제적인 설명과 다양한 체제 내외적 문제들이 제기되지만 그 어떤 나라도 스스로 문을 닫진 않았다. 세력 균형이든, 패권국가의 탄생이든 그 구체적인 결과는 군사적 우열을 통해 나타났다. 강력한 해군을 바탕으로 유럽의 맹주가 되고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식민지를 개척했던 네덜란드와 해가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도 세계 1,2차 대전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점한 미국에게 그 패권을 내준다. 현재 전 세계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소위 헤게모니는 미국에 있고 이를 떠받치는 힘 중에 하나가 강력한 군사적 우위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다.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고들 말한다. 멀리 70년대의 베트남 전쟁으로부터, 또 누군가는 2003년의 이라크 전쟁을 그 시점으로 보기도 한다. 2008년에 있었던 경기 침체,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붕괴가 예상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윤율, 생산성 등 각종 어렵고 머리 아픈 경제 지표로 봤을 때 미국은 이미 몰락중이라고들 한다. 여전히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인 건 팔할이 군사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군사력도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전쟁의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때가 베트남 전쟁 때부터라고 하는데 그 때 즈음해서 미국의 징병제가 폐지됐다(1973). 따라서 해외 파병시 비용이 증가한다. 재정적자가 심해진 후로는 그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정치적 비용도 포함된다. 코소보사태나 소말리아사태를 겪으면서 미군의 사망이나 부상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이건 비단 미국뿐이 아니라 유럽 등을 비롯한 서구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로봇 무기나 원격 조정 무기는 현장에서 자국군의 인명피해를 줄이고 아예 전쟁터로 보내지는 군인의 숫자를 줄인다.

 

9.11이후 두드러진 테러와의 전쟁도 미군의 새로운 과제다. 특정 국가의 정규군과 상대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숱한 민간인이 있는 도시 내에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누가 적군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전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양상을 국가 대 국가를 기본으로 하는 근대전쟁이 해체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근대 초기에, 그러니까 국가라는 체제가 자리 잡을 때 나타났던 현상과 비슷하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기존의 국가체계가 붕괴되고 새로운 세계 질서가 나타날 징조라고도 한다. 어찌 됐든 전쟁의 양상은 변하고 있고 이를 새로운 전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새로운 전쟁의 시작을 보통 코소보 전쟁으로 삼는데 흥미롭게도 무인 정찰기가 처음으로 전쟁에 투입된 것도 코소보 전쟁이다. 하이테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 사이의 관계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지점이다. 9.11이후 각종 로봇 무기가 전장에 급속하게 많이 투입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 인도 등의 신흥 강국들의 부상도 미국의 위협이다. 어마어마한 영토와 인구, 그리고 미국으로부터의 지리적 이점을 가진 이들은 주요 갈등지역인 중동와 동아시아에서 지리적, 경제적으로 가깝다. 이들의 영향력, 군사력은 커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강력한 정부의 힘을 바탕으로 막대한 군사력을 정치적으로 손쉽게 동원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를 극복하고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데에는 고도자본의 집중과 첨단 과학을 통한 기술적 우위가 필수적이다.

 

우려도 있다. 로봇과 관련한 과학기술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는데 그 비용만큼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만 그 기술을 따라가는데는 그다지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원폭이나 재래식 무기는 거대한 자본이나 설비가 필요하지만 중소형의 로봇무기들은 그렇지 않다. 해킹 등으로 무력화시키기도 쉽다. 최근 이란과의 마찰이 커졌을 때 이란 상공에 있던 무인 정찰기가 해킹당해서 이란 정부가 빼앗은 무인정찰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알카에다 등의 테러집단에서 로봇 무기를 카피한다면. 아마 훨씬 더 많은 테러가 손쉽게 일어날 것이다. 더 이상 자살테러가 필요 없어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로봇 무기의 사용으로 적대국의 반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최근에 파키스탄 등에서 미군의 로봇 무기에 대한 반감으로 사람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걱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정책은 이미 미래무기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엄청난 돈을 하이테크 무기의 연구와 개발에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하이테크 전쟁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레 발생하는 현상만으로 볼 수는 없다. 미국의 필요에 의해 전략적으로 육성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반드시 미국의 군사 정책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로봇 무기는 다음과 같은 종류로 나뉜다. 원력 조정 장치, 무인 감시 장치, 자율 공격 장치. 이러한 로봇 무기들은 자국 군의 희생과 비용을 줄일 것이며 전쟁을 벌일 때 수반되는 비용과 정치적 부담을 줄이게 만들 것이다. 또한 인간과 달리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단순 작업을 잘 수행하는 로봇의 특성상 테러와의 전쟁을 대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봇을 비롯한 군의 전반적인 기술 혁신으로 적은 인구수와 지리적 불리함을 뒤집을 수 있는 기술 혁신은 중국을 비롯한 여타의 후발 국가들에 비해 미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사실상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편인 하이테크전쟁의 성공 여부가 미국의 미래를 판가름 할 수도 있겠다. 성공할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이는 이미 현재 진행형인 방향이며 한반도에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와도 큰 관련이 있다.

 

여기서 이 책을 지은 피터 w 싱어가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와 다르다는 것을 언급해야겠다. 나부터도 그렇고 내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하니 꽤 많은 사람들이 아 그가 그런 책도 썼군요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윤리학자 피터 싱어를 떠올렸다. 물론 그 피터 싱어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하이테크 전쟁>을 쓴 피터w 싱어(이하 피터싱어로 쓴다)는 우리가 무시할만한 저자는 아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이자 미국의 양대 연구소중 하나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방위부문을 맡고 있는 연구원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정치적으로 민주당 쪽의(민주통합당 말고 미국의 민주당) 입장을 갖고 있으며 저자 또한 오바마의 대선캠프에서 국방부문을 담당했다고 하니 저자의 정치적 입장은 대충 짐작해볼 만 하다. 이 책을 미국의 군사정책과 관련지어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에 앞서 두 권의 책을 썼다. 하나는 사설 용병업체가 전쟁에 점점 깊이 관여하는 현상을 파고든 <전쟁대행주식회사>(Corporate Warriors: The Rise of the Privatized Military Industry, 2003)이며 다른 하나는 소년병문제를 다룬 <전쟁의 아이들>( Children at War, 2005)이다. 국가 대 국가가 시민권을 가진 성인의 군인들을 동원해 벌이는 총력전이라는 근대 전쟁이 변화하고 있는 양상에 그의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앞선 저작들에서 전쟁의 주체로서 국가라는 전통적인 틀이 무너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세력들간의 충돌로 변하는 것에 주목했던 것이다. 세계 군사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연구원으로서 그의 관심이 하이테크 전쟁으로 가리라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하이테크 전쟁의 그림자

로봇무기는 결코 미국의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은 이미 로봇무기산업에서 강력한 선도주자이다. 로봇 무기 산업경쟁력으로 세계 3위를 자랑하는 한국은 이미 이라크 전쟁때 로봇 무기를 파병하기도 했었다. 도담시스템이라는 군수산업체가 개발한 이지스라는 무인 경계로봇이다. 자이툰 부대에서 실전 배치된 이후로도 여러 중동국가에 이 무인경계로봇은 파견됐고 계속해서 그 성능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휴전선에도 무인 경계 공격기인 삼성테크윈의 SGR-1가 이미 실전배치돼서 사용중이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로봇무기가 이미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윤리적 논란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저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직은 경계감시 수준이긴 하지만 인간의 제어를 벗어난 살상능력을 가질 수 있는 로봇무기의 발전에 대해 아무런 감시나 토론이 없다는 것은 꽤나 불안하고 위험한 일이다.

 

최근 위키리크스에서 공개되서 충격을 준 영상이 있다. 미국의 원격 공격 무기들을 이용해서 12명의 민간인을 살상한 영상이다. 살해된 사람 중에는 종군기자도 있었는데 그들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소총과 로켓 포로 착각하고 공격을 개시했다. 모든 판단과 공격은 모니터를 통해서 이뤄졌으며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들이 마치 게임을 하듯이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했음을 알 수 있다. 군대의 역사가 살인시의 심리적거리와 물리적 거리를 높임으로서 인간의 본능적 거부감과 죄책감을 완화해 온 것이라는 심리학자의 분석을 참고 하면 원격공격무기들은 이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림으로서 성공적으로 살상력을 높일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프로그램 오류나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민간인이나 자국군을 살상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책에서 여러 경우로 나눠서 설명은 하지만 아직은 속시원한 답은 없다. 책임질 사람도 만들어놓지 못하고 살상력만 키워가는 무책임성이 로봇 무기 개발에서 느껴진다. 그 로봇이 우리 편이라면, 그건 정말 괜찮은 걸까?

 

또 머리아픈 사례가 있다. 얼마 전에 빈라덴이 사살돼서 화제가 됐었는데 이 작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것도 로봇무기인 무인정찰기이다. 물론 테러집단의 수장들을 죽이기 위해 수많은 오폭과 오인사격으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전략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 돼서 우리가 원하는 사람만 골라서 죽일 수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주석궁까지 탱크를 몰고 가지 않아도 서울에 편안히 앉아서 김정은을 겨눌 수 있을 때 우리는 이에 반대해야 할까, 찬성해야 할까.

 

하이테크 전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저자는 인간이 전쟁에 열광하는 핵심적 이유로 전쟁이 이끌어내는 강력한 정서와 전쟁에 대한 극복 불가능성을 들었다. 저자의 이러한 이유를 받아들이는게 썩 편안하진 않지만 나 또한 전쟁이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숱한 사회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군사주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도 그만큼 우리 사회의 심층에서 전쟁이, 군사주의가 갖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쟁의 미래를 보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세계를 보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떠한 변화가 전쟁에서,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질 것이다. 그 구체적인 면면은 우리는 알 수 없고 설사 그 모습이 주어진다 해도 우리의 낡은 패러다임으로 인해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충실히 그 변화하는 길을 따라가며 나무와 숲을 골고루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두꺼운 책을 가볍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로봇무기라는 첨단 기술이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재라는 것이 피부에 깊숙이 와 닿을 것이다. 두꺼운 책의 미덕은 그 체험의 깊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테크 전쟁시대에 들어 전쟁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 더 이상 전쟁은 당신을 끌어들이지 않으려 한다. 당신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당신의 손에서 멀어지고, 당신의 몸에서 멀어진다. 하지만 더 잔인해지고 더 파괴적인 전쟁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그것은 언젠가는 우리 삶을 위협할 것이다.

 

전쟁은 언제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어떤 적대 감정을 동원해서 이뤄져 왔다. 점점 더 돈과 권력층만의 의지만으로 이뤄져가는 하이테크 시대의 우리의 행동은 당연하게도 돈과 권력을 가진, 전쟁을 원하고 결정하는 이들에게 집중돼야 한다. 하이테크로 몰리는 고도 금융과 자본, 그러한 흐름을 관리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와 기업에게 우리는 보다 직접적으로 강력한 움직임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하이테크 전쟁 시대에 하이테크 평화주의자가 대처하는 법이 아닐까.  


덧글

  • 노노 2013/02/25 22:12 # 답글

    저기 혹시...군대는 다녀오셨어요?
  • costzero 2013/02/26 22:03 # 답글

    삼성이 납품한 장비는 소초에서 잠자는 병사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불확실한 성능의 장비를 고가에 관에 납품하는게 비일비재해서.
    2차대전부터 무인전차,무인 선박,무인항공기등이 출현하기는 했지만 이들의 문제는 비용이나 기술이 아니라 비효율적이었다는게 핵심입니다.
    현재의 원시적인 대인 살상 병기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고 위의 설명처럼 오동작으로 인한 골치를 썩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용하는 것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점령을 위한 보병의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도입하는 것 뿐입니다.
    3만대가 넘는 미군의 로봇병기들은 육해공에서 사용되고는 있습니다만 현재의 조악한 기술로는 충분한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런 고물들 보다는 유럽의 좀 더 혁신적인 말살용 소형 로봇 무기로 적국의 국민들을 말살시키는게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하는게 낫습니다.
    압도적 우위에 있고 이쪽의 피해는 0에 무한히 수렴할때 관용을 베풀것인가 아니면 지도에서 삭제할 것인가.
    정답은 당연히 관용인데 증오와 분노는 합리적인 결과를 거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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