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3 10:34

한국인 여행자들의 공간과 위생문제. 여행 중 단상

한국인 여행자들의 공간과 위생문제.

 

기차여행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한국인 여행자들의 얘기를 듣게 된다. 인도 기차의 침대칸은 등급이 나뉘는데 에어컨이 있는 AC와 없는 슬리퍼스이다. 사실 두 칸이 나뉘는 것은 에어컨 때문이라기보다는 공간과 위생문제일 것이다.

 

1A는 너무 비싸서 굳이 타는 사람을 많이 보진 못했다. 많은 숫자의 한국인 여행자들이 선택하는건 2A3A이다. 둘의 차이는 약 2.5미터쯤 되는 높이의 벽에 침대가 두 개 있느냐 세 개 있느냐이다. 둘의 가격차는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크지 않아서 2A를 선택하는 사람을 꽤 많이 봤다. 3A에서는 침대가 다 펴진 상태로는 앉을 수 없기 때문에 위아랫사람과 침대를 펼지 말지 조율해야 하는 귀찮음이 따른다. 일행이 많은 경우에는 상관 없으나 많은 이들에게 인도인과 대화를 하고 조율하는 것보다 한국돈 몇천원을 더 지급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문제는 슬리퍼와 에이씨의 선택이다. 위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2A보다는 3A를 선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가격이 그래도 몇천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굳이 2A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게다. 그렇다면 위에서 쓴 이유는 큰 이유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굳이 세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하면서 SL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의 금액을 지불할 이유가 있기 때문인 듯.

 

그중에 제일 중요한건 공간과 위생문제이다. 슬리퍼와 AC의 차이는 AC만이 아니다. 슬리퍼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물론 AC도 외국인인 경우에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다. 인도의 많은 곳에서 그렇지만 애초에 생기길 부유하게 생기면 이런데 들어가는데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물론 아주 붐비는 시간이나 엄격한 승무원이 타면 티켓을 일일이 검사하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엔 침대만 무단으로 점유하지 않는다면 바닥에 타든 기차 사이에 타든 쫓아내지 않는다. 그리고 슬리퍼는 제일 저렴한 제너럴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이천원 차이) 그렇기에 단시간 여행하는 사람들도 좀 편하게 앉아서 가고 싶을 땐 슬리퍼에 탄다. 거기에 웨이팅 리스트라는 일종의 정원외 승차권구매자들도 슬리퍼칸에 있다. 인기 있는 구간의 경우에 한 기차에 200명까지 대기자가 생긴다. 이렇다보니 침대는 여섯 개라도 거기에 사람이 열명가까이 앉아 가는게 일상 다반사이다. 불가피하게 현지인들과 어깨를 맞대고 무릎을 포개고 끼어앉아서 가야 한다. 많은 경우 인도인들은 외국인에게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거나 이런저런 말을 걸기에 이런 성가심도 여행객들에겐 불편이리라.

 

기차의 가격차이는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제수준을 가른다. 그렇기에 슬리퍼를 타는 사람은 대개가 더 가난하고 그래서 후줄근하고 위생적으로 청결하지 못하게 보인다. 애초에 기차 내부 청소도 AC에 비해 훨씬 덜하고 침대마다 깔아주는 시트 등도 슬리퍼엔 없다. 선풍기에 덕지덕지 껴있는 먼지나 수십명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한국인 여행자의 입장에선 식겁할만 한 것이다.

 

위생과 공간은 기본적으로 두려움과 닿아있다. 깨끗하게 보일 필요가 없는 여행지라는 공간에서도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보일정도로 혹은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질 정도로 청결에 신경쓴다. 이는 질병등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미관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혼합된 현상이리라. 공간도 그러하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과의 거리가 좁혀질 때, 알수 없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락날락한다고 느껴질 때, 자신의 입장에서 탐탁치 않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할 때 어떤 공포나 불안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위생이나 사람사이의 거리에 대한 요구가 과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도라는 나라의 특성상,(인구밀도가 세계 최고라 한다) 또 여러 가지로 인프라가 부족한 재정상 좁은 거리는 인도에서는 어쩌면 필수이다. 인도사람들은 서로 몸이 가까워지거나 낑겨 앉아도 크게 불편함을 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앉은 후에는 서있는 사람도 앉을 수 있도록 더 자리를 좁혀서 앉거나 한쪽 엉덩이로만 앉는 식으로 배려하는 정신도 보여준다. 사람사이의 거리는 그래서 사회마다, 계급마다 훈련되는 것이기도 하다. 필요한 절대적인 최소한이 있는게 아닌 것이다.

 

인도에 여행을 오는 이유가 뭘까. 인도의 상류층 수준으로 이동하며 상류층 계급이 만들어낸 어떤 건축물이나 유적지등을 순회하고 가면 되는 것일까. 단순히 기차 칸 숫자로만 봤을 때 AC칸은 10%도 되지 않는다. 슬리퍼 칸이 십수개일 때 AC칸은 한두개이다. 한국인들이 탑승하고 싶은 인도의 계급이 어디인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 물론 위생과 공간 문제는 한국인들에게 날때부터 사회화된 것이기에 강요할 수도 없고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좌석 등급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야기에서 서로의 거리와 위생에 차이가 있고 기차의 등급이 단순히 돈과 편리성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인도인과 함께 하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단지 SL은 죽음이더라,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다, 끔찍해서 잘수가 없다, 더럽다 이런 혐오적인, 선입견을 갖게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었다. 때로 SL을 타는 사람들에게서도 나는 이정도도 잔다, 난 좀 고수다, 난 쫌 진상이다 이런식으로 과장된 허세를 듣기도 하는데 이것도 사실 앞의 발언들과 별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기차의 등급을 선택하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지는 행위이다. AC를 탈것이냐 슬리퍼를 탈것이냐 하는 선택은 인도의 어느 계층을 살펴보며 어느 계층과 대화하며 어느 계층과 여행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덧글

  • Jerome 2016/08/08 22:28 # 삭제 답글

    인도시내버스와 슬리퍼기차를 처음으로 타보고 동료몇명에게 그얘기를 했더니저보고 Brave man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배낭여행을 온것이 아니었거든요. 그때 사실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듯한 기분이 든게 사실이었습니다. 그이후에 AC칸과슬리퍼버스를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비싼요금을 지불할 용기가 없어서 결국 못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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