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3 01:40

여행에서의 짐. 여행 중 단상

여행에서의 짐.

 

여행에서의 짐이 적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야 여행의 고수라고도 하고 그게 인생의 업보라고도 한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짐이 줄어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하지만 그것은 반만 맞다. 이 말이 백프로 맞다면 지갑만 들고도 여행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이 진정한 여행의 고수일 것이다. 업보가 정녕 하나도 없는 것일까. 물론, 지갑만 들고도 여행할 수 있다.

 

숙소는 돈을 주면 구한다. 옷도 돈을 주면 산다. 밥도 돈을 주면 준다. 돈을 주면 왠만한 오지가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것을 구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게 있다면 짐이 주는게 아니라 필요가 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변하는 상황에서 내 자신을 잘 관찰하고 주변을 잘 관찰해서 호흡을 맞추고 쓸데없는 불필요한 욕구들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간절히 필요한 것인데 인도에서는 필요없는것들이 있다. 그것은 때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일 뿐이기도 하다.

 

매일 진한 커피를 마셔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커피가 여행지에서는 사치품이고, 그렇기에 여행지에서는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커피를 그래도 먹어야 하기에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도구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짐이 무겁기에 하지만 진한 커피는 먹어야 하기에 매일 프랜차이즈 까페를 찾아다니며 비싼 커피를 사 마시는 사람도 있다. 필요는 나름나름인 것이고 돈은 알아서 쓰는 것일 테지만 후자의 경우를 여행의 고수라느니, 업보가 적다느니 하면서 추켜세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짐이 줄어든다는 것에 어느정도 공감은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으로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관찰해서 줄여나가는 이에게 붙이고 싶다. 가령 토일렛 페이퍼를 항상 들고 다니던 그가 현지인들이 손과 물을 사용해서 일처리를 하는 것을 보고 휴지가 결코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니며 환경적으로 해롭고 또한 휴지로 밑을 닦는게 만들어진 습관이란 것을 알고 현지인들처럼 하는 법을 익혀나간다면 그의 가방에선 토일렛페이퍼라는 짐이 줄 것이다.

 

짐이 적은 것을 무조건 찬양할 수만도 없고, 그렇다고 필요한 걸 다 싸들고 다니라고 할 생각도 없고 그 사이에서 생각하다 보니 적고 싶어졌다.

 

 


덧글

  • 수수 2013/02/24 00:54 # 삭제 답글

    자기가 들 수 있는 무게, 그 무게를 지고 이동할 거리, 꼭 필요한 것들 등을 잘 파악해야 할 것 같아. 나는 확실히 짐을 잘못 챙겨왔다는 생각이 들더군. 한국에서의 버릇처럼 옷을 많이 들고 왔던게 제일 큰 문제 같았는데.

    그러고보면 하루 입고 하루 다른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도 참 낭비적인 것 같아. 같은 옷을 입고 오면 더럽다거나, 자신에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흔히 하잖아. 당연하겠지만, 한국인 여행객의 너무 깨끗한 패션과 그들이 인도에서 계속 소비하는 패턴들은 이런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 관련이 있겠지.
  • Jerome 2016/08/08 22:15 # 삭제 답글

    여행짐에 대해 언급한 사람들도 그런맥락으로 말하지 않았을까요? 돈으로 살수있는 그런짐이 아닌 불안한 마음에 혹시몰라서 챙겨왔지만 막상 와보니 그리유용하지 않은 굳이 여기까지 갖고올필요가 없었던 그런짐들을 얘기하겠죠. 본인에게 중요하고 유용하면 그건 짐이라 할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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