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3 01:30

못하게에서 안하게로. 인도영화 청원을 보고 인도 볼것

죽지 못하게 하기 보다는 죽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청원은 인도영화다. 같은 제목의 한국영화도 있던 것 같아서 굳이 적어봤다. 여기서 청원은 법정에 자신의 권리를 위해 법개적을 청원하는 것을 뜻한다. 유명한 마술사였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지 불구가 된 이튼이 14년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뭇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희망이 되는 삶을 살다가, 그리고 유명한 라디오 DJ로 살다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자 한다. 당연히 주변사람들부터 시작해서 반대를 하지만 친구인 변호사는 이튼을 위한 청원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완고한 법정에 의해 기각당하지만 이튼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라디오에서 자신의 안락사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청원에 성공하려는 이튜네시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 부분이었다.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데 사람들은 각기 다 자신의 입장에서(신의 입장도 한 건 있었다) 이튼이 왜 죽지 말아야 하는지 의견을 표명하고 있었다. 이튼이 왜 살아야 하는지, 이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견은 없었다. 마지막 이유만이, 비록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이튼의 입장에서 내린 선택이었다. 찬성이든 반대든 이튼이 이러한 전화를 계속해서 받으며 듣고싶었던 얘기는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공감하며 자신의 욕구와 처지에서 이야기하는 의견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는 마지막 전화에 눈물을 흘렸다. 물론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의 의견이라 더욱 그런것이었을테지만 말이다(별도로, 마지막 전화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건 자신의 욕심을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어야 함을 본다)

 

자살하는 사람에게, 해야 할 것은 우리의 입장에서 그가 얼마나 필요한지가 아니다. 그의 고통과 그의 마음을 그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 하고(물론 100%는 힘들겠지만) 그가 살아갈 이유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그가 얼마나 우리에게 필요한지, 우리가 얼마나 그를 좋아하는지를 강변하는 것은 그의 인생을 우리의 필요에 복무시키는 것이다. 죽음보다 끔찍할지도 모르는. 그런 측면에서 영화의 후반부에서 이튼이 왓어 원더풀 월드를 노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영화의 주제의식을 보여준다(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런 노래를 부르는 맥락이 잘 와닿지는 않지만)


올드고아에 있는 성봄베이 대성당의 사진. 동방의 성자라고 불리는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신부의 시신이 모셔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 영화의 배경은 고아이다.(하비에르 신부의 시신이 보관된 성 봄베이 대성당의 모습이 얼핏 나온다. 주인공인 이튼이 사는 집은 동방에서 제일 큰 성당이라고 하는 쎄 성당으로 보이는데 확실친 않다.) 그래서 독특하다. 이 영화의 종교적 배경은 가톨릭이다. 가톨릭에서는 그러니까 신부와 수녀로 이 영화에서 대표해서 나타내는 입장은 당연하게도 안락사 반대이다. 이 영화에서 이튼의 싸움은 가톨릭이라는 종교와의 대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뭐랄까, 익숙한 가톨릭이 아니라. 무슬림이나 힌두, 혹은 시크교같은 종교들과 대립하는 모습이 인도영화에서 내가 좀더 기대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그런 대립구도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보수적인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죽음이라는 것을 문제적 소재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일까.


고아라는 배경은 이 영화를 굉장히 이국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준다. 마법사라는 주인공의 직업과도 잘 어울리는 듯. 사진속의 여주가 담배를 피는 사진은 영화에서 굉장히 재밌는 순간이다. 보살핌을 받는 남성과 보호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 또 한편으로는 가족제도 속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을 보며 생각해볼거리가 좀 더 있다.

 

영화는 너무 이상적이다. 그의 엄마, 그의 절친인 변호사, 그를 사랑하는 간호사인 소피아 이들이 너무도 이성적으로 그의 죽음이 그의 권리라는 것을 냉정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심문하는 검사는 너무 이상적으로, 어설프다. 현실의 검사라면 좀 더 냉철하게 논리적으로 어째서 죽음이 권리가 아닌지 설명했을 것이다.(인도 영화에서 악인들은 너무 쉽게 감동을 받아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느 너무 약한 악인이 떠오른다. 이것도 영화를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동정여론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이 청원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리고 현실의 가족은 친구는 연인은 그렇게 쉽게 사랑하는 이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 긴장을, 그 노력을 좀 더 다뤘으면 좀 더 사실적인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어쨌건 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인도영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하는 뜬금없는 뮤지컬성인 면이 적다. 물론 이 영화에도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들이 꽤 나오지만 그건 줄거리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이어지곤 한다. 그리고 무척 환상적이고 예쁘게 그려지기도 한다.(영화에서 왜 엄마는 따로 살게 됐는지, 왜 간호사가 휴일도 없고 교대도 없이 12년간 자신의 삶을 헌신해야 했는지, 왜 사고로 인한 사지불구자가 자신의 재산을 다 털어서 빚을 내가며 살아가도록 국가는 내버려뒀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으면 좋겠다. 사실 국가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고 많은 돈이 들여야만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죽을 권리가 없다고 판결한다면 그들이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고 그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고 또한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고통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들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죽지 못하게 판결한다면 그것이 과연 인도적일까. 환자 본인과 주변 인들을 계속해서 파멸해가는데.)

 


영화는 어쨌든 내가 본 볼리우드 영화중에서 제일 훌륭한 편에 속했다. 주인공인 남녀는 <조다 악바르>라는 영화에서도 호흡을 맞췄기도 하다. 여배우는 내 취향에 제일 가까운 분인듯.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줘야 한다면, 혹은 용기를 주길 원한다면 우리가 얼마나 그를 필요로 하는 지를 요구하기보단 그의 욕구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특히나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이 더 새겨야 할 지점일 것 같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말해야 할 것은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하기보다는 당신이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에 대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대의에 따라, 도덕이나 윤리에의 의무에 따라, 타인들의 필요에 따라 우리 삶이 나아가기보다는 내 스스로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하는 운동은 얼마나 매력적일까.

 

이러한 메시지를 주는 사람이 결국은 환타지를 만들어내는 마술사라는 점이 이 영화의 뭐랄까, 역설이다. 하지만 마술은 계승되고 엄연히 실재하는 무엇이었다 영화에선. 한가지 더, 그의 선택을 여전히 존중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연대는 그의 존엄사에 찬성하기보다는 그가 살아갈 이유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아마 그의 곁을 지켰던 소피아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이것은 내가 인간 생명에 대해 가진 어떤 한줌의 집착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집착을 놓을 수 없다. 이것은 모든 죽어가는 존재들에 가지는 나의 욕구이다.

 

 


덧글

  • costzero 2013/02/26 00:56 # 답글

    최고의 인도영화는 역시...로봇.(죄송합니다.개인적 취향이라.)
  • 들깨 2013/02/26 14:10 #

    로봇은 어떤 영화인가요. 아직 못들어봤네요^^ 보고 싶습니다. 인도영화라면 무조건 보고 싶어지는 요즘이라서요.
  • costzero 2013/02/26 14:40 #

    sf 코미디 영화인데요.
    한국 개봉전에 이미 매니어들이 보고 경탄을 자아낸 로봇 영화입니다.
    전체연령가 수준이면서도 고품질로 잘 만들었습니다.
    인도영화 특유의 음악과 율동,높은 CG, 단시간에 웜바이러스로 공격하는 치밀한 고증?
    보안엔지니어와 같이 보면서 배꼽을 잡았다는.
  • costzero 2013/02/26 14:41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ain.do?movieId=61299
    이것인데 인도의 대배우 2명이 출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수수 2013/03/08 18:42 # 삭제 답글

    이 영화는 정말 너무 예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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