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6 17:26

애매한 진리, 확고한 믿음 느끼고 생각하며

애매한 진리확고한 믿음

 

예전에 메노나이트에서 오신 선교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초면에 병역거부 얘기를 나누게 됐다. 몇 분 듣지 않고 그분은 병역거부에 예수님의 길이 있다며 기도를 해줬다. 말을 많이 나누진 못했지만 그분의 태도는 진지했고 기도는 뜨거웠다.

 

최근엔 인도에 계신 선교사님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역시 초면이었고 병역거부얘기를 하게 됐다. 얘기를 나누는 몇시간 동안 그분은 병역거부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당신의 믿음으로 군대는 가야하는 것이라고 확언하시면서 내가 병역거부를 하지 않도록 기도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목사님이든 전도사님이단 혹은 신학생이든 초면에 만나, 혹은 서로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병역거부얘기를 나눴던 경험이 꽤 있다. 그들은 각기 병역거부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일반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성경적인 것, 하나님의 뜻, 믿음에 기도한 것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물론 논리를 배제하진 않는다. 한국의 상황과 정치, 사회, 인권 일반에 대한 자신의 상식을 어느정도 동원한 후, 결론을 내리고 신앙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나는 교회에서 자랐고, 교회공동체에서 성장하며 젊은시절의 일부를 보냈다. 이들의 말이 그래서 내게 낯설지는 않다. 내게는 따져보면 소중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의 신앙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들의 믿음은 적어도 대개는 진지하고 솔직한 것이다. 이들의 신앙에 대한 태도는 확고하다. 특히나 목사라든가 선교사라는 직분을 맞고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그들의 신앙은 곧 그들의 삶이다.

 

문제는 하나의 하나님으로부터 온 뜻인데 사람마다 결론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이 성경에 써있는대로 해석한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이 들은 목소리는 때론 충돌하며 그들의 해석은 서로 모순이 되기도 한다. 성경엔 내가 곧 길이요 진리라고 써있지만 그 진리라는 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성경에 근거한, 믿음에 기반한, 기도로 이끌어지는 예수님의 길, 하나님의 뜻이라는 진리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지만 그 진리라는 것이 애매하다는 것이 오늘날의 기독교인의 곤란함일 것이다.

 

구약에선 율법으로 정해져 있었고 중세에는 그 진리를 성직자들이 정해줬다. 일반 신자들은 그저 따르는 것이 의무였다. 구약의 율법은 예수님이 지성소를 찢고 새 계명을 가져옴으로서 완성됐다. 그 계명은 더 자세하고 엄격한 율법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돈을 주면 천국에 간다는 성직자들의 진리는 개혁되고 저항되어 개신교를 만들어냈다. 오늘날의 기독교 신자들은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을 믿기 보다는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과학을 믿는다.

 

진리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진리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독일에선 나치와 협력한 기독교가 진리였고 한국에선 일제에 부역하고 신사참배하는 것이 하나님의 길이었을 것이다. 진리가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입증되고 재현되는 것이라면 성직자들은 과학자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 학자들은 성경의 기적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노력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기적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닐 것이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종교는 그 자리를 과학에 내줘야 할 것이다.

 

십계명을 따라도 안된다면, 돈을 줘도 천국에 가지 못한다면, 양을 불에 태워도 안된다면, 하루에 수천번 절을 하거나 성지를 순례해도 우리가 진리를 찾을 수 없다면 진리는 어디에서 구해지는 것일까. 종교적 전통은 악습이고 의식은 허례허식이며 종교는 정치와도 분리됐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오늘날 종교의 자리는 어디일까. 나는 종교가 설 자리는 결국엔 윤리여야 한다고 믿는다. 지구가 태양을 돌든, 태양이 지구를 돌든, 동물들이 어느 순간 뿅하고 태어났든 수천년에 걸쳐 진화라는 방식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졌든 오늘 날 내가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순간순간이, 그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삶이 종교의 영역이다. 진리는 그 순간순간 속에 연속선상에 있다. 그 행동 하나하나에 어떤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를 고민하며 논의하는 과정속에 진리가 있다. 우리가 믿는 확고한 믿음은 내가 가진 생각을 강하게 부여잡는데 있다기보다는 그 길이 어디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데 사용돼야 할 에너지일 것이다. 그것이 불확실한 진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복음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복음은 달지만, 쓰다.   





- 올해 초의 결심으로 내 병역거부 고민과정을 정리해보자던게 떠올랐다. 여행 중에 의외로 바쁘지만 네팔쯤 가서 한번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 기록해뒀던 개요를, 그래서 찾아서 저장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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