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2 11:38

삐낭에서 방콕으로 : 싸고 좋았던 태국의 침대 열차. 9/10-11 - 말레이시아! 맛있는 다양성

여행지에 가면 여행사가 많다. 도시에서 도시간 이동에 대한 발권을 도와주는데 말레이시아나 태국의 경우 표를 끊고, 버스를 갈아타고, 국경을 통과하고, 다시 버스나 기차를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게 쉬운 작업이 아니기도 하고 곳곳에 사기나 바가지가 산적해 있으며 여러 환승과정에서 이상한데로 가거나 갑자기 돈을 요구하거나 하는 어떤 불확실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얼마간의 돈을 더 주고 (물론 여행자 나라의 물가에 비하면 얼마 안되기 때문에) 대행사를 통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웬만하면 직접 터미널이나 역에 가서 표를 끊고, 여행 안내소나 현지인들에게 적정 가격을 물어보고, 불확실한 경우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다니는 편이다. 이번에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태국의 방콕까지 이동하는 게 그러한 경우에 해당했고 비교적 괜찮다고 생각해서 적어둔다.

물론 가격이 무조건 싸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여행자에겐 시간 또한 돈만큼이나 한정된 자원이고, 아무리 싸더라도 여행을 지속하기 힘들만큼 위험하거나 피곤하다면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교통수단의 선호도 또한 다를 것이다. 내가 적은 방법보다 저렴하고 편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어쨌든 내가 찾을 수 있는 만큼만 찾는 것이 나의 몫이다.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이지 가이드북을 쓰려고 다니는게 아닐테니.

나같은 경우는 기차를 너무 선호하는 탓에 가격이 비슷하면 무조건 기차를 타는 편이다. 버스를 타면 덩치큰 내게는 좁고 차멀미도 나며 화장실이 급한 경우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물론 차에서 도로를 통해 밖을 보는 것보다 흔들리는 기차의 열린 창가로 벌판을 내다보는게 보통은 풍경도 더 좋다. 버스에서는 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없지만 기차에선 가능하다. 야간 기차의 경우는 침대까지 있다. 

페낭에서 방콕에 가려면 국경도시인 핫야이(태국쪽 도시다)로 보통 간다. 핫야이까지는 버스도 있고 미니밴도 있고 기차(40링깃, 네시간)도 있는데 이중 미니밴이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기차보다 10링깃(4000원) 저렴했다. 10링깃이면 우리에겐 한끼 식사비용이었다. 그것도 2인분. 두세군데의 미니밴 알선 업체를 돌아보니 30링깃이 젤 저렴했다. 이가격은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서 알아본 가격과 같았다. 콤타르 1층에 위치한 여행산데 여기서 보통 출발하고 몇군데를 들러서 사람을 태우고 가느라 시간은 좀 더 걸린다. 

콤타르에서 여덟시 반에 출발했고 숭아이니봉 터미널에서 몇을 더 태우고, 페낭대교를 건너고(요것도 기차를 타면 알 수 없는 재미중에 하나이다. 난 다리 건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버터워스에서 몇을 더 태우고 핫야이로 달리기 시작했다. 11명이 탈수 있는 미니밴인데 의외로 불편하진 않다. 내 덩치에 불편하지 않으면 보통 사람에겐 쾌적할 것이다.

말레이시아 출국장. 밴에서 내려서 걸어가서 도장을 찍으면 된다. 복잡한 절차는 없다. 시간은 11시 40분.


미니밴의 또다른 매력은 다양한 사람들에 있다. 우리가 탄 차엔 태국 여성 두명, 인도에서 명상을 가르치러 왔다는 힌두 사두(사제)한명, 파키스탄의 의사인데 중국에서 유학하는 아들 보러 오는김에 여행도 한다는 아저씨, 파키스탄에 사는 힌두교 아저씨, 미국사람인데 태국여성과 결혼해서 방콕에서 사는 영어선생님, 그 아내 등이 같이 탔다. 옆자리에 파키스탄 의사 아저씨가 탔는데 계속해서 코리아 좋다고 말하면서 파키스탄의 좋은점, 전통 등에 대해서 얘기하고 인도는 구리다고 얘기하곤 했다. 신이 어떻게 한명이지 수억명이냐고, .....툴툴툴. 

근데 또 파키스탄에서 온 힌두교 아저씨랑 자기는 친구라면서 형제애를 과시하기도 하고 힌두교 사제에게도 막 겉으론 친한척 하면서 나한텐 험담을 했다.(예를 들면 힌두교 사두가 자기는 어떠한 고기나 곡물도 먹지 않고 과일만 먹는다고 고고하게 말하니까 파키스탄 의사 아저씨가 내게 귓속말로 과일 겁나 비싸다고....) 

근데 갑자기 힌두교 사두가 자기는 쀼어 무슬림(순수한 이슬람 교도)이라고 하니까 파키스탄 아저씨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막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진짜냐고 묻는다. 그러자 사두 아저씨가 자기 품에서 이슬람교의 문양으로 가득한 자신의 명상 팜플렛을 꺼내보이니까 파키스탄 의사 아저씨가 놀라는데...

내가 사두한테 웃으면서 당신은 쀼어 크리스챤이기도 하고 쀼어 붓디스트기도 하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그 사두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하면서 품에서 팜플렛 몇장을 더 끄냈는데 하나는 기독교 문양으로 장식된 팜플렛, 하나는 힌두교 신들로 가득한 같은 내용의 팜플렛, 이어서 붓디스트, 시크교...쭉 끄내려고 하니까 파키스탄 의사 아저씨 멘붕....

어쨌든 그 사두는 계속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 집중하는 방법, 몸은 중요치 않고 '나'라는 것은 영혼이며 모든 종교는 길만다르지 목적지는 하나라는걸 강변했고 옆에 앉은 파키스탄 힌두교 아저씨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부연 설명을 해주려고 했다. 그 아저씨는 사두아저씨랑 같이 사진도 찍고 신난 느낌...

어쨌든 우리 차엔 불교신자 몇명, 크리스챤 한명, 무슬림, 힌두교신자, 힌두교 사제, 무신론자 등 다양한 종교와 국적의 사람을이 타서 네시간을 재밌게 달렸다. (수수는 잤지만)

파키스탄 의사 아저씨.  첫째 아들은 의사고 둘째아들은 미국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셋째아들은 중국에서 엔지니어링 공부한다고.

어쨌든 사두랑 얘기하니까 인도가 물씬 궁금해졌는데...
안타깝게도 사두랑 파키스탄의 두 아저씨는 태국 입국장에서 비자문제로 걸려서 우리랑 빠이빠이 했다.




말레이시아 출국장을 떠나서 10분쯤 가면 태국 입국장이 나온다. 여기선 어디로 가냐, 어디서 묵냐, 언제 떠나냐 정도 간단히 묻고 통과시켜 준다. 비자가 필요한 국가가 있고 필요 없는 국가들이 있고 한국은 비자가 필요 없다. 

위에 얘기한 것 처럼 파키스탄 인도 아저씨들이 비자문제에 걸려서 여기서 상당히 오래 지체 했다. 결국 운전수는 그사람들 버리고 우리를 먼저 데려다주기로 했다. 아저씨들이랑 인사도 못하고....

시간이 늦어서 핫야이까지 달렸다. 핫야이까진 30-40분정도 걸린다. 우리는 이 미니밴이 버스터미널로 간다고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떻게 기차역까지 가지 하고 걱정하고 잇었는데 친절하게도 운전수가 우리를 핫야이 역까지 태워줬다. 

가는동안 미국인태국인 부부가 우리의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태국에서 조심해야 할 점도 알려주고 한국여행 해봤다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한국엔 성형수술도 유명하고 한국 대하드라마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도 싸고 좋더라) 방콕까지 가는데 자기들은 버스타고 간다고 기차 불편하고 안좋다고 버스 강추한다고 기차타는 우리를 말렸다. 하지만 우리는 무조건 기차...! 이러고 기차역으로 갔다.

아, 그 전에 우리는 핫야이 역에서 좀 나와서 환전을 해야 했다. 환전소가 잘 보이지 않아 은행에 가서 했는데 우리 환전을 담당한 직원이 계속 당황 부끄부끄 한 채로 환전을 해줘서 좀 의아했는데 나중에 일이 끝나자 "감사합니다" 이러고 인사를 했다. 그래서 한국말 어디서 배웠어요? 물어보니 '아이 러브 슈파쥬니아"이러고 엄청 부끄부끄 했다. 헐.....이러고 은행을 나와서 다시 역으로

핫야이에 점심때 도착하면 방콕으로 떠나는 열차는 두종류가 있다. (물론 밤에 출발하는 더 빠르고 쾌적한 열차가 있지만 우리는 기차 밖에서 시간을 때우느니 기차 안에서 책읽는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낮에 출발하는 열차가 더 느린 대신 더 싸다.

2시 45분차가 있고 3시 39분 기차가 있는데 방콕 도착시간은 오전 아홉시로 거의 같다.(15분차이) 우리가 표를 끊을 때가 2시가 거의 다됐어서 기차타기 전에 밥도 먹고 먹을것도 좀 사자 해서 3시 39분차로 끊었다. 태국의 열차는 아래층, 위층이 있고 에어컨이 있냐 없냐로 나뉜다. 아래층이 50밧(2000원) 비싸다. 원래는 아래층 하나 위층 하나로 끊으려고 했는데 아래층은 이미 매진이라 윗칸만 할 수 있다고서 돈벌었다 생각하고 위층 두개로 끊었다. 가격은 555바트(약 2만원)

보통 핫야이에서 버스를 타면 최소 700밧에서 VIP코치의 경우 1500바트까지 주는 것 같은데 700바트 짜리는 열네시간 정도를 가만히 앉아서 가야 하고 우등을 탄다 해도 좀 넓고 편할 뿐 누울 수는 없다. 이에 반해서 기차는 침대도 있고 돌아다닐 수도 있고 훨씬 좋지 않은가. 그리고 버스를 타면 새벽 일찍 방콕에 도착하는데 우리처럼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여행객의 경우 너무 아침일찍 도착해도 체크아웃 타임이 안돼서 숙소구하기 어려운건 매한가지이다. 방콕에 기차로 오전 9-10시쯤 도착하면 숙소도 알아보고 점심때쯤 체크인을 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있었다.

태국은 말레이시아보다 한시간 느리다.

이게 엄청 중요하다. 기차표를 끊고 우리는 근처 마트도 구경하고 괜찮은 식당을 찾다가 비가 쏟아져서 그냥 앞에 있는 국수가게를 들어갔는데 거기서 비를 피하며 밥을 먹다가 마트를 찾아서 좀 돌아다녔는데 기차시간이 다되가서 비 첨벙첨벙 거리면서 엄청 뛰어다니다가 결국 슈퍼를 못찾고 돌아왔다. 그러고선 동행인 수수에게 늦었으니 얼른 가자! 그랬는데...여기 한시간 느려..이래서 엄청 당황. 만약 반대로 한시간 시차였다면 우린 기차를 놓친거니까...

엄청나게 쏟아진 비. 우산쓰고 돌아다녔는데도 온몸이 젖었다. 나빼고 이쪽 사람들은 잘 안돌아다니더라. 대부분 비를 피하고 있다. 한 30-40분쯤 쏟아지고 잦아들었다. 


여기도 완탄미를 팔고 있었다. 40바트였는데 삐낭에서 같은가격에 먹은 완탄미보다 훨씬 더 고급이었다. 태국이 물가가 조금 더 싸구나 생각.


주어진 한시간동안 빵을살까 과자를 살까 과일을 살까 주스를 살까 고민하다가 그냥 열차에서 파는거 사먹자 했다. 기차타는것도 한번뿐인데 기차에서 파는 저렴한 음식들도 나름 매력이 있겠다 싶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점심도 먹었겠다 저녁만 해결하면 되기도 했고 그랬다.

어쨌든 그렇게 배도 채우고 시계도 조정하고 역으로 갔는데 이게 왠일, 기차가 두시간 연착한댄다...- _-;; 
인도에서 많이 겪었지만 오랜만에 겪는 연착이었다. 어쩌지 하다가 아까 앞기차가 생각나서 물어봤더니 그건 금방 들어온댄다. 그래서 얼른 창구로 가서 우리가 세시반꺼 갖고 있는데 이게 연착된다는데 앞의 2:45기차가 아직 안왔으면 바꾸고 싶다 했더니 금방 바꿔준다. 수수료도 없다. 오, 평일에 태국 기차의 기차칸은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핫야이역.

태국의 상징이랄까. 어디나 보이는 화려한 불교사원과 주황색 옷을 입은 승려. 승려의 모습이 낡은 기차와 잘 어울렸다.

기차표. 

기차를 우리 보는 앞에서 조립했다.


어쨌든 그렇게 다시 티켓을 들고 인포메이션 센타로 가니 플랫폼을 알려주고 거기서 10-15분정도 기다리니까 기차가 들어왔다
엄청 후진 기차처럼 보였지만 타고 나면 의외로 편하다.



저렇게 좌석이 있다. 친한 사람끼리는 서로 발도 올려놓고 하면서 가면 되는데 서로 안친하면 약간 어색어색, 부끄부끄 할수도 있다. 짐칸은 저렇게 돼 있는데 꽤 안전하다고 해서 굳이 잠그진 않았다.

비가 쏟아진 직후라 군데군데 불어나있던 황톳빛 개울들.

마을마다 보이는 불교 사원들

불쌍한 수수를 도와주세요. Save the Susu. 차만 타면 자요.

예쁜 풍경들

옆자리의 귀엽고 멋진 할머니께서 자기가 직접 키운 콩이며 과일이며 계속 주셨고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자기가 보는 불경까지 보여주면서 열심히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주시려고 했다. 우리가 무언가 반응을 보이면 호탕하게 웃으시기도.

엄청나게 거대한 구름속으로 기차가 들어가는 느낌. 한 삼십분간 비를 뚫고 달렸다. 넓은 벌판이라 구름이 솟고 흘러가고 저기 어딘가에서 비가 오고 하는 모습들이 다 보인다.

옆자리의 할머니가 잔뜩 주신 과일들. 로홍이 맛있었다.

노을.

노을

열차에서 먹은 저녁. 즉석에서 식탁을 만들어준다. 처음에 메뉴판 달랬더니 한명당 150-200바트(6000-8000원)하는 영어 메뉴판을 갖다줬다. 싼거 달랬더니 그래도 비싼 걸 갖다주는데 마침 도시락처럼 생긴걸 들고 가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그건 얼마냐고 했더니 각각 35바트로 저렴했다. 오믈렛하나, 닭볽음밥 하나 해서 두개 70바트(2800원). 꽤 매워서 태국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고 맛있었다. 소스로 준 고추를 다 먹어서 밤엔 속이 꽤 요란했지만.

마스크를 써서 엄청 위생적이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승무원이 와서 침대를 세팅해준다. 위에 있는 선반을 내리고 그 안에 있는 매트리스를 깔고 비닐 봉지에 있는 침대 시트를 배개와 매트리스에 씌워주고 커텐을 걸어주고 비닐봉지안에 있는 이불까지 세팅. 

꽤 쾌적하고 넓고 길이는 내키랑 거의 딱 맞으니까 1m 90cm정도 되는 듯. 엎드려서 책도 볼만했다.

아늑해요!

원랜 누워서 책을 보려고 했는데 한 20분이나 읽었나, 잠이 쏟아졌다. 기차는 잠이 잘 온다. 아홉시 반쯤 잠든 듯. 그리고 새벽 여섯시에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굿.

아침으론 10바트짜리 국수를 먹었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하나 더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말았다. 

방콕에 들어온듯.

기찻길 옆 장사꾼

남루한 기찻길 옆 오막살이지만 예쁘게들 꾸며놓았다.


저 닭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철로 한가운데 내버려졌을까.



방콕 역에 도착했음.
피곤하지만 신납니다.

밤 새 사람들이 잤던 이불들은 다 수거되서 아마도 세탁을 하겠지요. 위생관리를 철저히 한답니다.


 역 천장에서 분무기들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도착 시간은 30분 지연된 9시 30분. 

역에서 내려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몇가지 정보도 알아본 다음 역을 나가서 KFC를 끼고 돌아서 53번 버스를 타고
약 한시간쯤 가면 카오산 로드에 도착합니다.

아, 요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버스기사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이 다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53번 버스를 타면 차이나타운, 그랜드 왕궁, 최고사원인 왓 phra kaew등등을 차에 앉아서 볼 수 있습니다.
7바트(280원)밖에 안하고
차장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내릴데도 알려줍니다.


카오산 로드 도착하니 11시!



덧글

  • 수수 2012/09/12 12:12 # 삭제 답글

    들깨는 저의 안티임이 분명합니다. 아님 내가 십여일밖에 안 지났는데 여행 때 벌써 삭은 것인가.
  • sid 2018/10/16 10:12 # 답글

    여행기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사진 느낌이 참 좋네요.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푸근하고 다정해 보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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