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2 00:57

8/31 말레이시아 도착 - 말레이시아! 맛있는 다양성

공항으로 오는 철도에 탄건 두시 반이 다 돼서였다. 오전부터 여러가지 일에 쫓겨서 허겁지겁 전철을 탔고 타고 나서도 안도가 되기는 커녕 뭔가 중요한 걸 빼놓지 않았나, 뭔갈 정리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나의 삶이 엉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계를 중요시 한다 말하면서도 관계에, 정작 나와 아주 가까운 관계들에 소흘했고, 그래서 의존했고 또 삶을 가볍게 만들어가고 싶다고 하면서도 넘쳐나는 나의 짐들에 짓눌렸다. 짐의 양도 문제였지만 내가 어느 곳에 관심을 두고 있고 어떻게 그 짐들을 짐이 아닌, 그저 내 소유가 아닌 쓰이는 물건들로, 함께 쓰는 물건들로 만들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 그런 반성이 아니고서야 겨우 수개월에서 일년을 떠나면서도 이렇게나 허둥지둥, 뭔가들에 붙잡혀서 떠나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체크인을 하면서도, 출국심사를 받으면서도 나는 계속 시간에 쫓겼다. 평소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해 이런저런 구경을 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행기를 타는 6시간 동안 물을 못먹을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물한통 살 시간을 못만들었고 비행기에 타는 순간까지도 전화를 해지할 것이냐 정지할 것이냐 절차가 어떻게 될 것이냐를 올레 상담원과 씨름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출국 전에 전화로 인사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과 하나도 통화를 하지 못했다. 그저 출국 직전에 문자를 보내온 고모와 짧게 통화했을 뿐이었다., 

비행기 옆면에 '모두가 말레이시아를 갈 수 있다'라고 적혀 있어서 뭔가 에어아시아의 싼 가격(수하물 가격까지 다 합하여 20만원에 인천->쿠알라룸푸르를 끊었다)을 말하는 것 같아서 맘에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비행기에 올랐고 착륙하면서부터야 난 긴장을 풀었다. 이제 뭘 할수 없기 때문에 핸드폰을 조용히 끈 것이다. 그 때부터는 여러가지로 수월하게 풀렸다. 프로모션 티켓을 사놓고 못탄 사람이 있었는지 공항에 지각한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비행기의 맨 끝 뒤 중간자리여서 매우 불편할 것 같았던 내 자리 옆이 비어서 나는 엄청 편하게 6시간을 비행할 수 있었다. 가장 싼 기내식으로 선택했던 치킨 샌드위치(2800원)은 매우 알찼고 간식으로 챙겨온 시리얼도 좋았다. 소문만큼 춥지 않았고(물론 난 매우 따뜻한 숄을 준비해 갔었다) 비교적 쾌적하게 6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쿠알라룸프르 공항에 도착한건 10시 55분. 줄이 별로 없어서 입국심사도 간단하게 끝나고 짐도 비교적 일찍 나왔다. 나오는길에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인 에어로 버스티켓을 끊었고(8RM) 거의 지체 없이 물어물어 버스에 탑승, 우리를 마지막으로 태우고 버스가 출발했다. 11시 25분, 착륙하고 30분만에 버스를 탔다. 순탄했다. 늦은시간에 도착해서 시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도 걱정했었기 때문에.


버스안에서 찍은 흔들리는 사진이지만 멀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보이는, 맘에드는 사진이다. 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구나 하는 기분. 

우리가 도착한 날은 마침 말레이시아의 독립기념일, 므르데카!였다. 말레이사의 최대 축제일중 하나라고 한다. 자정에 행사를 한다길래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버스를 타고 오는 중간에 12시가 되자 불꽃이 하늘로 올라가는것이 보였다. 말레이시아가 뭔가 날 환영하는 느낌이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한시간, 교통의 허브인 KL 센트럴 역 앞에 내려준다. 내리고선 우리가 가려는 차이나타운이 있는 빠사르 세니역까진 한정거장. 하지만 도착한 시간이 12시 반쯤 됐기 때문에 지하철은 끝났고 택시를 타느냐 걷느냐가 고민이었다. 

사실, 지도상으로 1키로정도밖에 안돼보였고 택시비가 15링깃(6000원정도)이었기 때문에 그냥 산책겸 걸어가자고 했는데 역에서 도보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몇몇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걸어가는걸 추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다들 택시를 타라고 해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자정이 넘은 밤이고, 길을 잘 모르고, 피곤한 상태이고 말레이시아에 온 첫날이기 때문에 사실 택시를 타는게 훨씬 안전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산책겸 조금은 걷고 싶어서 차이나 타운까지 안가고 근처 역까지만 가는 것으로 해서 11링깃(4400원)으로 택시를 타게 됐다. 

(말레이시아는 링깃을 쓴다. 1링깃당 보통 370원에서 360원정도에 환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선 400원이 훌쩍 넘는 환율로 환전이 된다기에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첫날 쓸 금액과 약간의 여분인 150링깃만 환전했다.(399.7원) 그리고 우리는 말레이시아에서 물가를 비교할 때 링깃당 400원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

빠사르 세니 역앞에 내려서 한두명한테 묻고 방향을 잡은다음 지도에 나온 첫 건물을 발견하고부터는 길찾기가 쉬웠다. 점찍어뒀던 론리에 안내된 숙소중에 제일 싼 곳에 갔는데 역시나, 방이 꽉 찾고 옆에 있는 숙소는 약간 가격이 비쌌고 뭔가 정감이 안가서 두번째로 점찍어 뒀던 휠러스 게스트 하우스의 도미토리에 묵기로 했다(1인 15링깃:6000원) 깜깜한 도미토리에는 이미 두사람이 자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짐을 내려놓고 샤워를 한 다음(상쾌하다)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려 나갔다. 대부분 문을 닫은 차이나 타운의 한가운데 한 식당이 있었는데 한문으로 써진 나무 간판이 있었고 손님중 중국손님도 많고 그럴듯해 보였다. 7링깃 한다는 볶음짜장같은것이 대표메뉴라고 해서 매우 땡겼지만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내일로 넘겼다. 

저녁때는 그렇게 붐빈다는 차이나타운의 야시장 거리. 하지만 새벽엔 한산하다. 우리가 접한 첫 모습이다. 

그리고 제일 먼저 슈퍼로 갔다. 싼 물값에 감동(비행기에선 500ml짜리가 3링깃, 슈퍼에선 1.5리터 짜리가 1.5링깃, 600원쯤)하고 신기한 라면들, 말린 과일들 등등을 구경하고 음료수 칸 앞에 섰다. 인천공항에서 출국 직전에 물마시는 곳에서 잠깐 목을 축인후 장장 9시간동안 물을 못마셨으니 갈증이 날 법했다. 이것

 저것 고민하다가 제일 특이할 것 같으면서도 가격이 착했던 망고우유를 샀고(2.9링깃) 맛은 성공적이었다. 망고우유와 물로 갈증을 채우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고 그대로 숙소로 돌아와서 곯아떨어진게 거의 두시가 조금 넘어서였을 것이다.

망고 우유. 우리가 아는 바나나우유에 비하면 묽은 맛. 하지만 적당히 맛있다. 1리터 2.9링깃(1250원) 우리가 접한 첫 말레이시아 먹을 것이다. 


숙소에 대한 평을 조금 하자면 우선 문이 항상 잠겨 있고 투숙객을 확인한 후에만 열어주기 때문에 안전하고 화장실이나 방은 아주 새것이거나 좋진 않았지만 깔끔한 편이었다. 주로 서양의 여성 투숙객이 많은 것 같은데 중국사람도 보이고 한국사람도 한명 만났다. 내가 잔 도미토리에서도 프랑스쪽으로 보이는 여성 둘, 아주 새벽에 들어와서 낮 열두시까지 자고 있던 동양인 남성 그리고 우리 일행(6인용) 정도였다. 말레이시아라면 어디든 그런 것 같은데 굳이 에어컨이 있는 방이 아니더라도 시원하게 실내에는 모두 냉방이 되고 있다. 도미토리는 15링깃, 방은 33링깃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차이나타운 안에 있고 역도 가깝고 위치는 좋은 편이다. 바로 앞에 레게바가 위치하고 있지만 시끄럽지는 않은편. KL타워가 잘 보이는 루프탑과 와이파이(무료)가 아주 잘 터지는 홀도 있어서 굉장히 좋은 조건의 숙소인 것 같다. 빨래도 무료. 중국스타일로 인테리어가 돼있고 론리플래닛에 따르면 동성애자에게 우호적인 직원들이 특징이라 한다. 




말레이시아에 들어와서 첫날 느낀 것은 우선 말레이시아, 적어도 쿠알라룸푸르의 물가는 싸지는 않은것 같다. 풍경이나 물가는 한국의 10년전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군데 군데 굉장히 현대적이거나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는 점들이 있다. 관광객이 만나는 택시기사나 역 안내원, 게스트 하우스 등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며 정직하며 영어를 잘 하는 편이다. 처음에 말레이시아를 생각할 때 인도와 비교하면서 기대치를 갖고 왔는데 거스름돈을 속여서 준다거나 가격을 속이거나 하는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어쨌든 이렇게 무난하게 말레이시아 입국 성공!


우리가 벌써 내일 저녁으로 점찍어둔 중국 식당 Kum Lian Kee. 차이나 타운 한가운데 자리잡고 한시가 넘은 시간에도 손님이 꽤 많았던, 그리고 그 손님들 대부분이 이 식당의 대표메뉴라는 짜장면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먹고 있던 곳이다. 


내일은 아마도 환전, 교통편 알아보기, 숙소 이곳 저곳 비교해보기 등을 필요한 작업들을 하고 KL을 대충 둘러볼 생각. 무엇보다 푹쉬고 잘 먹고 현지 적응하는것이 목표!


# 첫날 지출 

에어로버스 1인 8링깃 (LCCT->KL Sentral)
택시 KL Sentral-> Pasar Seni 11링깃(2인 탑승)
물 1.5, 망고우유 2.9, 숙박 1인 15 (+20 deposit)

총 16+11+1.5+2.9 +30 = 61.4 (일인당 30.7RM = 약 12200원)

덧글

  • 토로 2012/09/02 01:37 # 삭제 답글

    오오 드디어 스타트인가
  • 2012/09/02 04: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화니짱 2012/09/02 12:58 # 삭제 답글

    열독할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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